저녁 산책

2025. 6. 19. 00:27S 일상

 

요즘 자꾸 걷게 된다.
퇴근하고 밥을 먹고, 물을 한 모금 마신 다음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선다.

호수공원을 다섯 바퀴 정도 도는 게 루틴처럼 되어버렸다.
처음엔 한 바퀴였다.
근데 걷다 보니 뭔가… 움직이고 있는 내 몸이 좋았다.
살아있다는 느낌?

 

신기한 건, 똑같은 시간에 나와서 걷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나는 그들을 몰라. 그들도 나를 모른다.
근데… 서로 눈에 익는다.
서로 모르는 척하지만, 어딘가 익숙하게 스친다.

마치 아무 일도 없지만, 뭔가 있었던 사람처럼.
그 긴장감이 묘하게 좋다.

 

복장은 늘 같다.
얇은 흰 면티 하나, 그리고 레깅스.
반바지는 입지 않는다. 괜히 숨기는 느낌이라 싫다.

땀이 배면, 면티는 등에 착 감긴다.
속옷 끈이 비치고, 굴곡이 드러난다.
창피하다. 근데 안 가린다.
왜일까. 가리면 더 숨고 싶어질까 봐.
그냥... 나를 통과해 가는 공기처럼 그대로 둔다.

 

시선을 느낄 때가 있다.
노골적인 건 아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시선, 그러나 명확한 기척.

그럴 땐 이상하게 허리를 곧게 펴게 된다.
내 몸이 의식된다.
숨을 더 깊게 쉬게 된다.
나는 그냥 걷고 있지만, 걷는 동안 더 ‘내가 되는’ 기분이다.

 

걷는다는 건… 감각을 열어두는 일인 것 같다.
몸에 붙는 옷, 흘러내리는 땀, 느껴지는 시선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자꾸 내 안에서만 반응하는 마음

나는 지금 혼자고, 아무 일도 없지만
자꾸 뭔가를 상상하게 된다.
나를 보았을까. 나처럼 느꼈을까.
그 사람도, 내 뒷모습을 지나치며
무언가 뜨거워졌을까.

 

그날도 다섯 바퀴를 돌고 집에 왔다.
땀이 마르기 전에, 흰 티를 벗기 전에,
혼자 셀카를 한 장 찍었다.

조용한 얼굴인데
어딘가 야한 기분이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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